이름: 33
2005/7/13(수)
대학입시와 인간교육 /정 승 석(인도철학과 교수)  

일주문

대학입시와 인간교육 /정 승 석(인도철학과 교수)


참므로 희한한 대학 입시를 거친 신입생을 맞은 새학기가 시작된다. 규정된 정원을 신입생으로 맞는다는 결과만을 생각하면, 이번의 입시가 예전과 다를 바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선 이전에는 겪은 적이 없는 여러 가지 번거로움과 곤란을 겪어야 했다. 일종의 혼돈인 듯 비치는 과정상의 번거로움이나 곤란함을,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대학 선택의 기회를 여러 차례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고진감래(苦盡甘來)의 호기(好機)로 감내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다는 일대사(一大事)에 직면하여 거의 겨울 내내 교정을 들락거리는 수험생들을 목격하면서, 나는 엉뚱하게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일대사를 착잡한 기분으로 자꾸 떠올리게 된다. 대학이라는 곳이 완성된 인간을 위한 마지막 단계의 교육 기관이라는 우리의 일상적 인식 때문일 것이다. 정말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는 이런 식의 과정이 맹구부목(盲龜浮木)의 비유처럼 희귀한 인연으로 태어난다는 인간의 가치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까? 불교의 경전에서 설하는 ‘맹구부목의 비유’는 우리가 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강조한다. 100년에 한 번씩 해면으로 떠올라 머리를 내미는 눈먼 거북이가 있다. 그런데 그 거북이가 머리를 내밀자,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채로 떠다니는 궤짝의 뚫린 구멍 속으로 우연히 들어가게 되어 휴식을 취할 수 있기란 얼마나 어려운 기회이겠는가?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도 바로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대학에 어렵게 입학했다고 하여 이후의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듯이,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하여 모두가 그 인연에 걸맞게 사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불전에서는 다시 인간이 인간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지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대반열반경』의 언급은 당면한 현실에 대해 특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 이유로서 많은 도리를 생각할 수 있음, 신체와 언설이 유연함, 교만함, 교만을 버릴 수 있음을 들고 있는 것이다. 인간 사회의 제도적인 교육은 당연히 인간의 부정적인 특성을 교정하고 바람직한 인성을 더욱 계발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특히 대학교육은 인간 스스로가 인간의 가치를 터득하게 한다는 데서 각별한 의의가 부여된다. 『대반열반경』으로 말하면, 교만을 버릴 수 있도록 하는데서 인간 교육은 완성될 것이다.

그런데 올해 치른 대학 입시의 상황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부정적인 특성을 여실히 발휘하면서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고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는 굳이 제도의 잘못만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대학들이 제도가 보장하는 자율성의 발휘라는 명분으로 대학 자체와 학생들을 차별화하는데 급급하여, 결국은 과거의 계급 사회처럼 대학을 철저히 계급화․차별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어떠한 명분으로 해명하든 이런 상황은 교만심의 발휘이고 그 소산이며, 입학한 학생들 역시 그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사회에 배출될 것이다. 다행히 동국대학교에 입학한학 생들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불교의 인간관이 우리 대학에서는 교육 이념으로 적용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시(詩)

古  寺 1               / 조지훈


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西域 萬里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 조지훈 시인(1920~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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