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농정신문에서
2005/6/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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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태 교수의 농업정책론 이야기(13) - 가격정책  

♣ 한국농정  2005.  4.  25.  월요일  제192호

연중기획 - 김병태 교수의 농업정책론 이야기(13) - 가격정책

 가격안정정책은 ‘제값’ 실현이다

 상품의 가격은 그 상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비용(평균적)에 평균적인 이윤이 가산된 제값(경제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중심가격, 표준가격. 또는 생산가격이라고 한다)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 이때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이 제값보다 떨어지고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제값보다 올라간다.

 우리가 경험한 ‘시장실패’

 이와 같은 가격 결정은 자유경쟁(완전경쟁)이 이루어져서 평균이윤의 법칙이 관철되는 산업자본주의 시대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독점자본주의 단계에 들어와서는 자유경쟁이 부정되어 불완전경쟁이 일반화되어 이른바 ‘시장의 실패’를 우리는 경험한다.
 즉 산업자본주의 단계에서는 하나의 상품이 시장에서 평균적비용+평균이윤을 중심으로 매매될 때 생산자는 생산물을 팔아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여 재생산을 준비하고 이윤으로써는 자기가족의 부양을 위해 쓰여진다. 이 같은 단순재생산이 아니면 이윤의 일부를 재생산에 추가적으로 투입하여 확대 재생산을 꾀한다. 이때에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팔고 소비자는 제값을 주고 사며 상인은 투입된 자본에 대한 평균이윤을 상업이윤으로써 취득한다.
 이것이 독점자본주의 단계에 접어들면 경제적 강자인 독점자본이 경쟁을 배제하고 독점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물건 값을 제값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아서 평균이윤이상의 이윤을 받아 챙기거나, 경제적으로 약한 군소생산자의 생산물을 제값 이하로  싸게 사들인다. 이때 군소자본이 겪는 손해는 독점자본이 그만큼을 빼앗아 가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경제학은 가리킨다.
 이 논리는 경제적 약자인 농업생산자에게도 해당된다. 원료를 제값이하로 사들이고 근로자의 임금을 낮춤으로써 노동비용을 줄이려 든다. 이렇게 해서 농업에서는 생산물을 제값을 실현하기가 지극히 어려워지고 농업부문에서 실현되어야 할 이윤은 독점자본에로 옮겨 간다.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한 나라의 자본주의에 위기가 닥친다. 이래서 나라마다 독점금지법, 공정거래법 등으로 ‘시장의 실패’에 대응하는 가격정책을 전개한다.
 이때 가격정책의 요체는 생산자가 판매하는 상품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제값으로 사며 상인은 평균이윤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자면 시장에서 완전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 개입은 제값 형성을 위해 경쟁을 부활시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이것을 해 낸 나라가 2차대전 후의 서독이고 그것이 사회적 시장경제체제가 그것이다. 즉 국가의 개입에 의한 완전경쟁의 실현으로 어떠한 형태의 독점도 배제하려는 것이었다. 서독의 ‘라인강의 기적’은 이 사회적 시장경제체제가 가져다 준 것이다. 독점을 금지하는데 법이나 총칼로 강제하지 않는다. 국가가 물량으로써 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한다. 독점의 해독이 큰 시민생활의 필수품을 국가가 민간기업과 꼭 같은 조건으로 생산하면서 시장에서 제값으로 판매하여 민간대기업의 독점을 막고 대기업과 경쟁하면서 서민생활을 보호한다.
 우리의 경우 ‘가격의 안정’을 물가지수의 안정으로 보고 생산자도, 소비자도, 상인도 나라의 경제도 안중에 없는, 관료적, 기계적, 고식적인 가격 정책의 관행에 젖은 우리의 처지로는 이 얘기가 먼 나라의 전설처럼 들려온다.
 가격안정의 본래의 뜻은 물가지수의 안정을 뜻한다거나 소비자에게 싼값으로 공급케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품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피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값을 주고받으며 상인이 정상이윤을 실현하여 재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안정된 경제순환을 실현하는데 있다. 이것이 순리이다.
 쌀값을 예로 들면 계절진폭을 무시한 “연중 같은 가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가 보유한 쌀로 “연중 제값”이 실현되도록 시장에 방출·조절하고, 그리고 수요독점과 공급독점의 폐해를 사전에 봉쇄하여 농민도, 소비자도, 쌀장사도 순리대로 살아 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 나라 농산물가격정책이 소비자만을 위한 낮은 가격유지에 열중하여 독점자본을 위한 저임금유지에 급급하였으니 그 증거는 이 나라의 급격한 독점의 진전과 가난한 근로자의 양산, 농업의 괴멸이다.
WTO를 빙자하여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은 쓸 수 없다고 당국자는 말한다.

 WTO에 금지규정 없어

 소득안정화를 위해 ‘제값’을 실현하도록 하는 가격안정정책을 WTO규정에서 금지한 바가 없다. 오히려 소득안정화 정책에 정부가 정책지원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 WTO규정에 생산중립적인 소득지지는 할 수 있도록 허용대상 직접지불의 항목이 있다. ‘생산중립’의 개념은 생산의 증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즉 단순재생산하는 경우의 소득지지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제값=투입비용+먹고 사는데 필요한 이윤’만 실현하는 가격정책은 허용되는 것이다. 앞으로, 쌀의 자급률이 법제화될 경우 쌀 자급에 필요한 일정한 면적이 산정될 터인데 이때의 쌀의 제값은 그 논 가운데서 최하위 열등지의 생산가격이어야 할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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