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한탄강네트워크에서
2005/6/8(수)
이우형의 한탄강 이야기(10) 한탄강은 행정구역  

◎ 2004/10/21(목) 13:41

한탄강은 행정구역  

연재 - 이우형의 한탄강 이야기(10)

2년 전, 강화도의 가장 북서쪽 끝에 위치한 구등곶돈대(龜登串墩臺)에서 보았던 강한 인상의 숨막히는 일몰경이 기억난다. 구등곶돈대에서의 일몰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그 광활한 만주 벌판에서 꼼짝없이 나를 얼어붙게 했던 그 때 그 낙조의 인상 이후, 또 다른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북한에서 발원하는 임진강과 한탄강, 그리고 한강, 또한 멀리 바라다 보이는 예성강구...... 크고 작은 우리의 강들이 이곳 구등곶 앞에 이르러, 짜고 짠 바다의 염분에 삼투되고 용해되어 강으로서의 생명을 다한다. 마치 혼돈의 큰 마당을 고대하였던 것처럼 말이다.

남과 북, 서로 엇갈린 오랜 세월의 주름살이 점점 더 깊게 패여 가면서도 순수한 영혼의 치매에 깊게 걸려 있는 우리, 그리고 통일의 화두에 너무 목이 쉬어 버린 오늘의 우리......
그래서 한탄강과 임진강은 더더욱 슬픈 운명인 것이리라. 북에서 남으로 흐르면서 이 땅의 모든 영욕을 묵묵히 받아 안아 흐르면서도, 그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NNL 사이의 넓은 공간, 인간의 간섭이 없는 그 넓고 텅 빈 기형의 공간에서 그 마지막 모습조차 철조망에 가리운 채, 그 원융과 어울림의 장엄경을 우리 모두에게 쉽게 드러 내지 않는 것이리라. 장암산 정상에서 한방울의 물로 시작했을 한탄강, 그리고 많은 지천들과 임진강, 예성강, 한강...... 넓은 갯벌에 밀려오는 밀물, 그리고 그곳에 희석되는 염분석인 그 흐린 강물들...... 구등곶돈대의 일몰 속에 촉촉이 젖어오는 두 눈가의 잔잔한 떨림, 외소, 침묵, 아낌없이 주고 떠나는 햇님의 자홍색 잔영 속에 밀려드는 어둠, 그곳에서의 소중한 체험의 기억이 감사하다. 그리고 아쉬움 속에 철조망 너머의 갈 수 없는 한탄강을 상상해 본다.

장암에서 정연까지

한탄강은 행정구역 상 2개의 도, 7개 시·군의 넓은 유역의 수계를 가지고 있다. 남한 지역으로는 강원도의 철원군과 경기도의 포천군, 연천군, 양주군, 동두천시를 포함하고 있고, 북한 지역에는 강원도 평강군과 회양군 일부가 이 강의 유역에 해당된다. 장암산(帳岩山,1052m) 정상에서 임진강에 합류하는 도감포(都監浦)까지의 본류는 360리의 거리인 144km를 흐른다.

그러나 지금의 분단상황으로 인하여 이 강의 시원을 남한 사람들은 가 볼 수 없고, 북한사람 역시 도감포 아우라지의 절경을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휴전선 때문이다.
지난 세기 이 지구라는 녹색별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쌓아온 온갖 카르마의 결정판인 휴전선, 그 삼악도 굴레의 저리고 저린 155마일 4km 폭의 상징적인 이기심의 철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횡의 공간 중심에 한탄강이 종으로 흐른다. 그 지점이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정연리이다. 장암산에서 정연리 철책선까지는 60km, 이곳에서 도감포까지는 84km이다. 민들래 벌판과 서방산 사이의 넓은 개활지에서 보이는 한탄강은 불과 몇km, 그리고 발원지인 장암산은 시계가 좋은 날 철원평야에서나 관측된다.

또한 철원평야의 그 너머에는 한탄강 유역의 확트인 벌판에 자리한 도회지인 북한의 평강 시가지가 위치한다. 강은 그 도시의 뒤, 복계 지역에서 12발 상모의 유연한 놀림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쪽 방향으로 흐르다가, 회양 지역의 부소천을 합하면 정연까지는 북에서 남으로 곧게 흐른다.
북한 지역의 한탄강 역시 지도상으로 보면 현무암의 수직 단애로 이루어져 있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구간이 절승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마룡연(馬龍淵)」과 「자연담폭포(紫煙潭瀑布)」가 가장 빼어난 절경으로 알려져 있다.

마룡연은 평강군 현내면 마현리의 한탄강 본류에 위치한다. 철원 직탕폭포와 비슷한 모습으로, 강을 가로 지르는 100여m의 수직폭포와 넓은 소가 있고 가뭄이 심하게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며, 「마직탄(馬直灘)」또는 「마직폭포(馬直瀑布)」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는 곳이다. 자연담폭포는 평강 시내를 관통해 한탄강에 유입되는 지천에 소재하고 있는 폭포로, 평강면 마산리에 위치한다. 폭포 아래에 형성된 깊은 연못과 연관지어 보면 자연담이라는 명칭을 가진 폭포의 빼어난 모습이 어느 정도 상상이 간다. 이곳 역시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이 외에도 오성산(五聖山)의 선동(仙洞)으로 널리 알려졌던 수태사(水泰寺) 계곡, 지암 8경(芝岩八景)으로 유명했던 평강군 남면의 한탄강변 마을인 지암리(芝岩里)를 북한 지역에 소재한 한탄강의 명승지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문헌과 설문조사의 방법 외에는 150리의 북한 지역 한탄강을 쉽게 직접 밟아 보기 어렵다. 모든 것이 정연(亭淵)에서 서로 단절되고 멈출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한탄강의 정연은 지난 세기 굳어진 인상의 정연(停淵)이 되어서는 안된다. 남북의 철조망을 아프게 스쳐 지나온 한탄강물이 오늘 이 땅의 우리 모두에게 소리 없는 메시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철도 들었으니 정연(情緣)의 세상을 만들어 보라는 깨우침의 메시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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