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최성각 작가
2005/5/28(토)
환경운동은 범죄자들과의 싸움이다  


최성각의 한소리
환경운동은 범죄자들과의 싸움이다

최성각(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
naturepeace@naturepeace.net

헨리 데이빗 소로는 허위가 폭로되기를 바랐고, 잘못이 단죄되기를 바랐다. - 에머슨

이 나라는 이상한 나라다. 참으로 그렇다. 3월 초순, 국세청에서 밝힌 자료인데, 전체 인구 중 1%가 이 나라 국토의 45%를 소유하고 있단다. 인구 10%로 따질라치면 그들이 전체 국토의 72%를 지니고 있단다. 이 자료에 의하면, 숫자에 약한 나 같은 사람도  인구 90%가 전체 국토의 28%의 소유자라는 것이 이내 계산된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일한 행성인 이 지구촌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고 대들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소수의 부국이 지구자원의 거의 전부를 흥청망청하다가 기후변화까지 초래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 할 말 없긴 하다. 이 나라도 일찍부터 지구촌의 대세에 적극 부응하려는 숨겨진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엉터리 나라는 달라져야 한다.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토지정의’를 이야기하기 전에 어렸을 때 놀던 땅따먹기의 '상식'으로 봐도 그렇다. 같은 말을 쓰는 100명이 100평의 면적 안에서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데, 그 중 10명이 72평을 따먹었고, 그 중 1명이 45평을 독식했다면, 나머지 90명은 무엇인가. 봉인가? 들러리인가? 무능력자들인가? 놀이판을 엎어버리고 싶어질 건 자명하다. 이 자명론은 곧 무력감으로 함몰되고 만다. 왕의 목을 잘라버린 경험이 없지만, 무력감도 켜켜이 쌓이면 역사의 힘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믿음마저 없다면 어떻게 이 '범죄자들의 시간'을 견디랴, 싶다.

그런 통계가 나오던 즈음, 골프장 건설이라는 부패산업으로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고 공언하던 늙은 경제부총리가 알고 보니, 투기꾼이라는 게 드러났다. 공직자로 복귀한 6년 동안 61억원이나 벌어들여 이상하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그는 악질 땅투기꾼이었다.
문제가 된 땅의 채권최고액이 71억원인데도 매매가는 58억원으로 터무니없이 낮은데다, 매수인 대표 유모씨나 전답 5천800여평을 16억6천만원에 매입한 트럭기사 차모씨의 매수과정이 석연치 않으며, 매매계약서의 진위여부도 논란을 빚었다. 뭐라고 변명하든 전형적인 투기꾼의 방식을 모두 답습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분노한 민심을 묵살하고 그를 끌어안으려고 했다. 그가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말 똑똑한 경제수장인가. 부패산업인 골프장 건설로 경제회생을 하려는 무지막지한 반생태적 발상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그는 정말 똑똑한 경제총리였던가? '분배보다는 선성장'이라는 한심스러운 패러다임에 도취해 서민대중보다는 가진 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펼치려 들었던 그는 금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가 빈부 차이의 극복이라는 보편적 인식의 핵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인사임에 틀림없다.

안타까운 것은 새로울 것도 없는 고위층 땅투기꾼들이 아니라 그런 땅투기꾼이 아니면 이 나라 경제가 거덜날 것처럼 그를 끌어안으려고 갖은 안간힘을 다 썼던 참여정부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국민들더러 "양해해 달라"던 총리의 부탁은 민심의 분노를 외면하고 여론 위에 참여정부가 있다는 오만불손의 극치였다.

사실 공직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정보력을 사용(私用)해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을 취한 것은 전부총리뿐이 아니었다. 관리들이 판교 땅정보로 치부한 불로소득이 몇 조원을 넘었다는 소리에서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상위 1%나 10%들이 하는 짓이 늘 이런 식이었다. 참여정부도 그렇고, 국민의정부도 그렇고, 신군부정권도 그렇고, 그 이전의  길고도 길었던 박정희 시절 때도 사실 그랬다.

어렵게 말할 것 없다. 단언컨대, 이들은 범죄자들이다. 과거청산만큼 급한, 바로 '오늘' 청산해야 할 자들이다. 시쳇말로 '공공의 적들'이 나라살림을 하고, 경제도 살리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이들을 처벌할 수 있을까. 그 놈이 바로 그놈들인데, 누가 처벌할 수 있을까. 시민단체뿐이다. 불로소득환수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그의 퇴진 이후에도 종결된 것은 없다며 엄벌을 촉구해 대통령으로 하여금 검찰내사 발언을 끌어낸 것도 토지정의시민단체였다.

그런데도 시민단체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 나라 하위 90% 국민들은 바보 똥개들일지도 모른다. 이런 나라에서 환경운동 합네, 박봉에 몸 망가지면서 ‘가망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도 바보똥개이긴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환경운동은 그래서 곧 범죄자들과의 싸움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누가 범죄자인가. 단언컨대, '부자의 윤리'와는 거리가 먼, 이 나라 상위 10%들이 곧 범죄자들이다.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만약 있다면, ‘깨끗한 부자들’은 내 말을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

* 우리와다음, 2005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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