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김추윤 신흥대학 교수님의글임 2005/5/3(화) | |
"‘역사의 江’ 미래가 흐른다 "‘역사의 江’ 미래가 흐른다 세계 4대 고대문명이 하천 유역에서 발생했듯이 한 지역의 문화는 강 줄기를 따라 형성, 전개된 곳이 많다. 인간이 강으로부터 받은 가장 위대한 선물은 문명의 탄생이다. 강은 바로 문명의 산실로 각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교류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마침내는 다양한 문화를 서로 융합시켜 지역 고유의 문화를 일구고 가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인류의 역사는 이처럼 강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강 언저리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이 깃든 유적이 도처에 산재하는데 이는 바로 문화와 물류가 강을 따라 이동했음을 말해준다. 강 주변에는 인류뿐만 아니라 날 짐승, 들 짐승들이 본능적으로 모여들고 온갖 식물들도 뿌리를 내리며 서식한다. 강을 삶의 터전이요 젖줄로 삼아왔던 우리 선조들은 강을 신성시하고 중요시했다. 넉넉히 흐르는 강은 자연을 포용하고 배후는 생활의 근거지가 되어 인류의 역사를 창조했다. 그러므로 강은 지역사회의 얼굴이며 지역사회를 간접적으로 투영해 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저술가인 월리암스는 ‘강은 어디선가 시작되어야 한다. 강의 시작은 모든 것의 시작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강의 시작과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중요성을 부여한 말이다. 강은 인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자연의 선물이다. 우리나라 고대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강이 중요한 몫을 차지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강 연안에 조선이, 금강 연안에 백제가, 예성강 연안에 고려가, 형산강 유역에 신라가, 대동강 연안에 고구려가 위치하듯이 한탄강 연안에도 일찍이 궁예의 미륵왕국 태봉국이 위치했다. 한탄강이 석기시대부터 선사인들의 주요한 생활 터전임은 물론 태봉국의 도읍지가 되었던 것은 풍부한 용수에다 넓은 용암평원, 외적방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한탄강은 위대했다. 적어도 한탄강의 품안에 깃들여 살아온 구석기인이나 미륵왕국의 후예들에게는 숭고하리만큼 지대한 존재였다. 북한지역인 강원도 평강군 현내면 상원리 백자산 북쪽기슭에서 발원해 철원을 거쳐 경기도 포천·연천 등지를 흘러 연천군 군남면 남계리 도감포에서 임진강에 유입되는 한탄강은 DMZ(비무장지대)라는 남북 분단의 벽을 넘어 흐르는 하천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경기도의 젖줄이며 한반도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한탄강은 한민족사의 거대한 숨결을 담고 있으며 경기지역의 문화를 형성,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모태가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탄강은 지금까지 임진강의 작은 지천 정도로 인식돼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역사속에 묻혀있던 한탄강을 끄집어 내어 그 속에 용해되어 있는 경기인의 정체성을 밝혀 경기인의 삶의 동반자로 가꾸어야할 때다. 한탄강은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한탄강댐 건설을 둘러싸고 철원·포천·연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으며, 댐이 완공되면 일부지역은 수몰될 수 밖에 없다. 이로써 수십만년을 면면히 이어 내려온 한탄강의 자연생태계와 문화유산이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다. 인간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구잡이식 하천개발은 자칫 잘못하면 수천년동안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강 유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일순간에 훼손시킬 수 있다. 경기인과 수천년동안 동고동락 해 온 한탄강은 지금 일대 변화를 맞고있다. 한탄강! 불러만 보아도 그리움으로 가슴 설레이던, 유년시절 멱 감던 한탄강은 이제 더 이상 그 옛날의 한탄강이 아니다. 아름답고 깨끗한 채로 언제나 고운 눈웃음 지으며 맨발로 달려오던 고향집 어머니 같은 그런 강이 아니다. 경제개발의 여파속에 강 언저리에 호텔과 골프장이 들어서고 각종 음식점과 축사가 들어서면서 한탄강은 빠르게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곳까지 개발 열풍에 휩싸이다보니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라는 허울 좋은 구호속에 점차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한반도의 하천 가운데 소우주라고 불릴 만큼 학술적인 가치가 뛰어난 한탄강은 많은 문화유산을 남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련한 추억의 한 편린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얼마전 정부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한탄강변에 댐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탄강 350리(141km) 푸른 물길이 영원히 흐르기를 바라는 우리의 염원은 그저 염원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기로에 선 한탄강의 운명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한탄강을 포기해서도 안될 것이다. 한탄강 연안에는 사적 제268호인 전곡 구석기 선사유적지를 비롯해 정자연, 칠만암, 마당바위, 순담계곡, 직탕폭포, 재인폭포, 화적연, 고석정, 한탄강국민관광지, 도감포 등이 강을 따라 도처에 산재한다. 한탄강은 자연 및 역사문화 유산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유일의 살아있는 생태·역사 문화 박물관이다. 더구나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6·25전쟁도 근원을 따지고 보면 철의 삼각지를 포함하는 한탄강 주변을 둘러싸고 일어난 전쟁이다. 지금까지 한탄강 일부지역에 대해 단편적인 고고학적·지질학적·지형학적 연구 성과는 있었으나 한탄강을 하나의 생명선(Life line)으로 간주해 행정구역의 경계개념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발원지부터 종점까지 종합적·체계적으로 조사한 결과물은 없다. 특히 기존의 일부 성과물은 전문학자들이 특정지역만을 학문적으로 취급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도 힘들고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경기 지역문화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해 한탄강 유역의 문화속성을 규명하는 일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이에 경기일보는 댐 건설 전에 한탄강이 갖고있는 내재적 가치 및 한탄강 언저리에서 조상 대대로 뿌리를 내리며 삶의 둥지를 틀고있는 경기인의 참모습과 지역사회 변용과정에서 한탄강이 어떠한 위기를 맞고있는 지를 경기인과 함께 고민해 보고 그 대안을 찾고자 한다. 동시에 한탄강 현장 취재를 통해 경기의 아이덴티티를 찾아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자리매김과 의미부여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자연은 신의 작품이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이에 신이 준 한반도의 보배인 한탄강의 가치를 재발견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한탄강은 경기인의 소중한 자산이다. 더 죽어 가기전에 우리 모두가 지켜내야 한다. 글·사진 /이연섭 문화부장 yslee@kgib.co.kr 김추윤 신흥대학 교수·이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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