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최종철 2003/10/24(금)

연례행사된 "인재" 경기북부 지역의 물난리는 인재요 관재다.                                               연례행사된 '人災' 수년째 되풀이된 경기 북부지역의 수해는 수방대책을 게을리한 결과로 초래된 인재(人災)요 관재 (官災)란 사실을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장대비가 일시에 쏟아져 완벽한 대비는 불가 능했다고는 해도 당국이 수방대책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주민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했다면 그 피 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두천 연천 파주 의정부 등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지난 98년부터 내리 3년째, 96년 수해까지를 합하면 4년째 엄청난 수해를 당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수해가 되풀이되는 데도 근본적인 수방대책은커녕 복구공사마저 이 런저런 이유로 늑장 시공돼온 결과다.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 똑같은 피해가 되풀이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할 말을 잊게 되는 것은 비 단 해당주민만은 아닐 것이다. 이 지역의 이번 수해는 행정시스템의 정상가동을 의심케 한다. 예컨대 작년 5500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은 동두천의 신천제방과 교량공사 배수펌프장공사는 보상 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바람에 지난 3월에야 착공됐다. 작년 12월 착공된 문산의 동문천 제방공사 등 여타지역의 복구-수방공사의 사정도 별로 다를 바 가 없다. "수해는 예견된 인재"라는 주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황으로는 내년인들 수해 없이 지 나갈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원망하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선 정부는 수해지역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통 해 행정 지원과 보상-배상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늑장복구사업의 원인제거를 위한 종합적 재 검토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수습하고 추스르는 데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수해민들의 상심 을 위로하고 재기를 지원하는 일이다. 앞으로 2주후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 최대명절 추석이다. 조상과 땅에 감사하고 풍요로운 삶을 기원하기는커녕 수년째 차례상조차 차리지 못한 채 한뎃잠 을 자야 할 처지인 수해주민들의 심정이 어떠할 것인가. 당국이 수해민들에 대한 지원업무를 한치 차질없이 집행해야 할 이유다. 라면상자나 이부자리 제공만으로 할 일 다했다는 식의 지원자세는 수해민들의 자존심에 오히려 이중삼중의 상처를 안겨줄 뿐이다. 중앙정부가 나서 철저한 감독을 통해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시 행정의 폐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삶의 의욕마저 상실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행정지원과 복구에 만전을 기하는 일이야말로 크게 보면 '인권'을 챙기는 일이다. 국민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모아져 곤경에 빠진 수해민들이 따뜻한 동포사랑을 체감할 수 있도 록 인정을 모으는 방식도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인재-관재는 올해로 끝내야 한다.